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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한 번쯤 되돌아가보고 싶은 곳

hwriter 2017. 1. 12. 16:58

여섯살 때인가 시골의 큰외삼촌네 맡겨져서 6개월인지 1년인지를 살았다.

기억나는 건 집에서 키우던 소 한 마리와 여물냄새,

집 뒤의 시냇가에서 다슬기를 주웠던 것.

오디나무에서 오디를 따먹었던 것.

그당시만 해도 TV에서 해주던 영화같은 게 등급이 따로 정해지지 않았던지

대낮에 무서운 흑백영화를 봤던 것.

외삼촌네서 관리하던 논과 밭을 둘러보던 것.

장터까지 먼 길을 걸었던 것. 왠지 혼자였던 것같은데 그럴 리는 없을테고.

언니들이 뜨개질을 가르쳐줬는데 영 손재주가 없었던 것. 어리니까 그랬겠지.

물론 지금 하래도 못한다. 손으로 뭐 만들고 하는 걸.

둘째오빠가 내 팔을 확 때리고 저멀리 언덕으로 도망갔던것. (왜 때렸지?)

외숙모가 방안에서 물레질을 하던 것.

내가 밥알을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는다고 외숙모가 밥 잘먹는다고 칭찬해줬던것.

(이건 엄마가 칭찬을 안해줘서... 인정욕구 덕에 유난히 기억나는 듯도 하고)

기억은 안 나지만, 동갑내기 남자애와 사이가 좋아서 걔랑 결혼한다 어쩐다 했다고...

중학교 때까지 시골에 몇 번 놀러갔을 때 들었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

지금 생각하면 그냥 꼬꼬마 놀이인데... 본인은 또 쑥스러운거지.

둘째 언니의 아들이 거칠었는데 날 괴롭혀서... 결국은 내가 아궁이 옆에 있던 나뭇가지로 때려서

걔가 울었다. 이건 초등학교 때 놀러갔을 때.



고등학교 이후로 공부하느라 안 가게 되었고 또 점점 친척들과 멀어진 것도 있고.

최근은 아니고... 한 8년전부터 시골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땐 이미 시골집은 현대식으로 새로 지었다고 했고.

또 몇 년뒤에는 외삼촌이 나이가 많아져 그 집을 팔았고 도시로 이사.

내가 그 시골집을 가보고 싶었던 건 아무도 모른다.

나 자신도 왜 가보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아마도... 도시에서보다 사랑받아서? 각박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즐거운 글쓰기'라는 책을 중고로 구입했다. 현재는 절판되고 '날마다 글쓰기'라고 개정판이 나왔던데.

매일 조금씩 쓸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거기에 '한번쯤 되돌아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쓸거리가 있어서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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