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이사중입니다)

게시판에 올린 첫 글의 기억 본문

일기

게시판에 올린 첫 글의 기억

hwriter 2017. 1. 13. 11:20

학창시절에는 인터넷이 없었고 피씨통신이 있었다.

피씨통신의 유익성을 몰랐고 매월 돈을 내야 하니까 그것도 부담되어서 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가끔 컴퓨터관련 서적을 사면 1개월 무료이용권이 들어 있어서 이용한 적이 있는데.

당시 좋아하던 아이돌의 팬클럽 이용이 주 용도였다.

어느날 게시판을 들어갔다. 공공게시판이라고 하나... 지금으로 말하면 아고라같은 데였다.

거기에 사람들이 여러 이슈에 대해 자기만의 생각을 올리고 있는 거다.

지금 말하는... 소위 어그로를 끄는 사람들도 있었고... 별로 이미지는 좋지 않았다.

그리고 얼굴도 안 보이는데 굳이 이런 데 글올려서 뭐해.. 라고 짧은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도 그 게시판에 글을 올릴 사건이 생겼다.

당시 즐겨듣던 라디오의 디제이가 엄청난 말을 했기 때문이다.

가수 출신인데 엠씨로 더 잘나갔던... 목소리가 청아하고 말도 잘해서 좋아했었고

라디오도 꽤 들었다.

그당시 어느... 집창촌?이라고 하나. 거기서 대형화재가 일어나...

갇혀 살던 여인들이 못 나와서 사망자가 많았던 사건이 있었는데.

그 디제이가 라디오 오프닝 때 그 사건을 언급하면서

"거기서 불타다 남은 일기가 발견되었는데

거기에 '사는 게 참 힘들다'라고 적혀 있었답니다.

....그렇죠? 사는 게 참 힘들죠?"라고 오프닝을 하고 바로 노래를 틀어주는 거다.

지금도 그렇고 잘은 설명 못하겠지만.. 저 멘트를 듣고는 울화가 치밀었다.

뭔가... 중대한 일을 저렇게 단순하고 쉽게 말하고 일반화하는 게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누구한테 말할 사람도 없고 나도 게시판에 글을 써보자...

싶어서 그 디제이의 발언에 관해 글을 올렸는데..

공감을 몇 개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저런 코멘트를 했으면 매장당했을 것이다. 꼰대라고 하나.. 정말 말도 안되는...

인터넷이 없던 세상이니 저런 소리도 막 하고 살았지 싶은데...

암튼...  공감도 몇 개 받고 글을 올림으로써 울분도 좀 풀렸고.

이 맛에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구나... 를 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피씨통신을 계속 한 건 아니고.. 그 당시는 곧 인터넷이 태동하려던 시기여서...

아무튼 그 이후로는 블로그를 만들어서 계속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으로 심각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했던 때  (0) 2017.01.16
서류 정리하다가  (0) 2017.01.14
한 번쯤 되돌아가보고 싶은 곳  (0) 2017.01.12
일기쓰기  (0) 2017.01.10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0) 2017.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