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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눈물샘

hwriter 2018. 11. 9. 16:02

엄마 용돈을 나보고 좀 갖고 가라고 연락이 와서 갔더니,

화장품 샘플도 주고 웃는 얼굴로 맞아줬다.

안 본 새 머리카락이 많이 긴 작은 조카. 핑크색 옷을 입고 있었다.

날 보고 인사는 안하고 자기 엄마한테 달려가서 

엄마, 이모가 우리집에 갑자기 왜 왔어? 

하며 묻는다.

안 먹는 치킨너겟도 가져가라며 냉장고에서 꺼내준다.

들고 나오는데 집앞에서 하교중인 큰 조카를 만났다.

웃으면서 말을 시키는데 오늘도 말이 없다.

볼을 만지면서 오랫만에 만나서 쑥스러워서 그래? 했더니 끄덕끄덕한다.

눈은 괜찮냐고, 그거 궁금했다고 하니 또 끄덕.

우리 집 공사해서 좀 깨끗해졌다, 엄마랑 같이 놀러왔음 좋겠다고 하고 마무리했다.

돌아오면서, 조카가 자기 엄마에게 눈 얘길 하면 또 버럭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집에 왔더니 동생이, 오랫만에 만나도 자주 봐서 그런지 안 어색해한다고 문자를 보냈다. 애들도.

큰 조카는 이제 거의 사춘기에 들어간 거 같으니 본인이 알아서 눈 얘긴 안 했을수도 있다.

아니면 얘기했는데 동생이 화가 안 난건가.

갑자기 또 눈물이 났다.

동생네는 나의 눈물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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