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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분실된 택배가 돌아오다

hwriter 2022. 7. 7. 00:16

며칠전 우체국 택배 분실. 오전 8시 반에 놓고 간 걸 9시 반에 나갔더니 없어졌다.

오늘은 또 씨제이 택배 분실.

두 개가 와야 되는데 하나만 와서 문자를 보냈더니 20분 후 두 번째 택배를 놓고 갔다.

5시 57분에 문자가 와서 나가보려는데 옆집 남자 목소리가 크게 들려서 옷 입고 58분에 나갔다.

옆 집 문이 활짝 열려 있는데, 택배는 없고, 사람도 없고.

택배 기사가 원래 문자를 바로바로 보내지는 않는터라 몇 시에 왔었냐고 전화하니.

횡설수설.

1층에서 옆집 여자(동생인 걸로 나는 추정)를 만났는데 자기가 갖다준대서 맡겼다고.

그래서 네? 맡겼다고요? 자기가 갖다준다고 했다고요?

재차 물어보는 과정에서 기사가 점점 말이 바뀌었다.

결론은 자기가 우리 집앞에 물건을 놓고 내려가는데 여자랑 마주쳤고 아마 그여자가 가져갔을거라고...?

내가 전화 통화를 녹음한 것도 아니고.

기사가 자기 책임을 면하기 위해 말 바꾼 게 증명이 안되고. 

물건을 안 갖다주는 옆집 여자한테 가서 물어보기도 애매해서

전화 끊고 나서 한참 엄마랑 상의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옆집 가서 택배기사가 물건 맡겼다면서요? 하고 물어보고 

시치미 떼면 그래도 '고마해라' 라는 경고를 남긴 셈으로 만족하고 돌아와야 하는지.

결국 엄마가 가보기로 했는데

(난 금방 긴장해서 말을 버벅거리는 타입이라, 연습하는 데 목이 잠겼다)

옆집에 아무도 없는지.. 벨도 안눌러져서 엄마가 문을 쾅쾅 쳤는데 사람이 없는지... 조용하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스트레스성인지 급 피곤해서 자고 일어나서 8시 넘어 밥을 먹었다.

근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혹시 옆집인가??

젊은 남자애 목소리로 "옆집인데요" 한다.

나는 또 옷을 챙겨입으려다 엄마가 나가기로 한다.

택배 어쩌구저쩌구 하며 쇼핑백에 담긴 물건을 내민다.

엄마가 "옆집에 택배 맡겼다고 하더라구요."라고 답하고. 끝.

쇼핑백에 오늘 분실된 씨제이택배가 상자째 들어있고, 그 옆에는 지난번 분실된 우체국택배 내용물이...

택배 상자 위에 그 남자애가 포스트잇으로 메모를 적어왔다.

자고 일어났는데 아버지가 자기 택배인 줄 알고 갖고 오신것같다고.

옆에껀 자기가 여행 갔다 오니 못 보던 물건이 있어서 갖고 있었는데 혹시 이것도 아버지가 그냥 갖고 온 것 같아서 갖다준다고. 

죄송하다고.

세상에 이런 일이...

씨제이택배기사는 분명히 통화 초반에 여자에게 맡겼다고 했는데

(지가 실수해놓고 뭐 올라오기 귀찮다고 남한테 맡기길 맡기는지. 그리고 통화 중 말바꾸기까지...)

암튼 어른들은 문제 있는데, 아들은 제 정신이 박혔군.

아들이 아버지와 고모?에게 말했겠지, 내가 다 갖다줄테니까 다신 이런 짓 하지 말라고.

이미 분실된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도 계속 분실될까봐 미칠 것 같았는데, 옆집 아들내미의 용기 덕에 해결된 듯하다.

그 와중에 엄마는 그 포스트잇 버리지 말고 갖고 있으라고.

용의주도하시다.

근데 난 옆집에 아저씨 혼자 살고 가끔 여동생이 오는 걸로 알았는데, 아들도 있었다니.

대체로 이 빌라 사람들이 조용해서, 옆집이라도 가족구성을 알기 어렵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