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이사중입니다)

너무나 슬픈 꿈 본문

너무나 슬픈 꿈

hwriter 2010. 7. 20. 05:38

새벽 3시까지 잠이 오지 않아 겨우 잠들었다.


약간 소란스런 소리에 눈을 뜨니, 어두운 방안.
침대 위에서 누군가 나를 옆에서 앉고 있다.
왠 남자아이가 내 이름을 다정스레 부른다. 주위엔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돌아 다니고..
웃으며 떠들며.
그래서 내가 너무 행복한 기분으로 그랬다. "제가 왠 딴 세상에 온 건가요?"
내 목소리도 어린시절로 돌아간 느낌.
그 남자아이가 나에게 사탕을 치덕치덕 발라준다.
그러면서 계속 반말을 한다. 그래서 "너 몇 살이니?" 그랬다.
"스무살"그러면서 계속 장난을 치고 웃는다. 내가 자기 친구인 줄 착각하고 있다.
'이놈아, 내가 니 엄마 뻘이야'라고 얘기하고 싶은 걸 참았다.
그러면서 갑자기 뭔가 얘기하다 이히리베디히 애기가 나온다.
나는 예전에 몇 년 동안 독일어를 배웠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데..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제 환상이 깨질 순간이 다가온 것을 예감해서일까.
불이 켜지고 그들이 나를 본 순간... 난 황급히 일어나 아무 옷이나 챙겨입고 뛰쳐 나온다.
그 옆방에 있던 왠 할머니도 나를 보며 호통을 친다.
"어디 감히 네가 여기..."라는 듯이.

여기까지는 새로운 꿈이고, 그 다음은 내가 꾸는 비슷한 패턴의 꿈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빨리 돌아가기 위해 건물 밖으로 돌아다닌다.
버스도 있고 지하철도 있고 리무진도 있고 택시도 있지만..
어느 하나 여건이 맞질 않는다. 버스,지하철은 너무 오래 걸리고,
리무진은 비싸고,(내가 무작정 챙겨입고 나온 가운 양주머니에 동전이 그득히
들어 있었지만, 리무진을 타기엔 물론 모자를 것이었다.)
그래서 택시라도 탈려고 했더니 사람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돌아다니는 중간에 왠 녀석이 와서 나를 무의식적으로 반갑다는 듯이 껴안다가는 흠칫 하며 멀어져간다.
아까 그 방에 같이 있던 사내녀석 중 한 명이다.
그 건물은 역시 내가 다니던 모 대학교. 라는 언제나의 설정.
잠시 헤매던 나는 흰 유선형의 스포츠카를 발견한다.
그래서 그 차체 위에 엉거주춤 올라탄다. 일단 이 차를 타고
이 학교 안을 벗어나자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차의 속도가 조금 느리다. 날씨는 흐리고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다.
그런데 아까 중간에 나를 껴안았던 그 녀석이 차 위에 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곤
차를 방해하며 알짱거린다. 내가 좀 아쉬운 모양이다.
갖고 있던 긴 수건을 그 녀석을 향해 휘둘러본다. 빨리 꺼지라고.


꿈은 여기 까지고. 깨어 보니 5시였다.
꿈이 너무 슬퍼서 울어버렸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해서, 대학교 꿈을 무지 많이 꿨었는데,
작년에 편입을 한 이후로는 대학교 꿈은 꾸지 않았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 꿈은 뭔가.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대학에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스무살 때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어두운 방안에서 깨서, 애들이 나에게 장난칠 때,
옆에서 녀석이 척 듣기에도 어린 듯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를 때
"제가 왠 딴 세상에 온 건가요?"라고 내가 얘기했을 때.
난 그게 현실인 줄 알았다.
보통 난 꿈을 꾸면서 꿈인 줄 안다. 패턴이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몰랐다. 난 그게 현실인 줄 알고 순간이나마 너무나 행복했고,
다시 스무살 때로 돌아갔고... 목소리마저 어려졌었다.

울고 나서 다시 잠을 청해 보았지만.
두 시간밖에 못 잤음에도 불구하고 잠은 다시 오지 않았고.
뭐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잠이 오겠지만.
다시 일어나면 이 꿈은 내 기억에서 희미하게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록해 두고 싶어서 컴퓨터를 켰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계속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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