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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여자아이를 집에 데려다주다

hwriter 2019. 1. 8. 14:28

제로고 하느라 집 근처 스타벅스에 들렀다가 마트쪽으로 오는데 핑크색 잠바를 입은 여자아이가 혼자 돌아다닌다.

옆에 어른이 없길래 걱정되어 다가가서 왜 엄마 없이 혼자 있냐고 물었더니 도망친다.

화장도 안하고 콧물도 잘 나오는지라 모자에 마스크까지 중무장을 하고 있어서 경계를 한 듯 하다.

그래서 천천히 쫓아갔는데 흘끔흘끔 뒤를 보면서 도망치다가

내가 112에 전화를 하면서(마스크를 벗고) 계속 쫓아갔더니 발걸음을 멈춘다.

다가갔더니 "집에 혼자 갈 수 있어요" 한다. 

그래서 전화를 끊고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엄마한테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핸드폰 액정이 깨져있었고, 잠바 지퍼를 안 올려서 콧물을 흘리고 있길래 휴지를 한 장 주고, 지퍼도 올려줬다.

코를 풀고 엄마한테 전화를 하니, 엄마가 버럭버럭 한다. 약간 사투리를 쓰는 거 같기도 하고 좀 거친 말투다.

빨리 집에 오라고 하는 거 같다.

그래서 내가 불안증이 있다는 핑계로 데려다 주기로 하고 같이 그 애 집까지 대화하면서 걸어갔다.

나도 이것저것 여러말을 했고, 그 애도 나한테 아이가 있냐, 강아지가 있냐고 묻는다.

알고보니 우리 조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1학년생이었다, 오늘이 방학식날.

엄마가 지하철에서 일을 해서, 학교끝나고 집에 가방을 놓고 엄마한테 갔는데 엄마가 벌써 집에 갔던 것.

4학년 오빠도 있다고 한다.

집이 가깝다, 우리 동네 건너편 블럭이다.

엘리베이터가 있고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을 여는 식의 빌라?다.(hyundai castle)

그래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 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얘기하는 도중에 아빠가 집에 있다는 말을 두 번 했다. 집에서 쉬고 있다는 얘긴 거 같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학교 끝나고 집에 가니 아빠만 있어서 어색해서? 엄마한테 갔다는 이야기같기도 하다.

키 차이가 나서 그 애 이야기가 100% 전달되지는 않았다. 

아이의 턱에는 상처가 있었고.

신발은 구멍이 뚫린 에나멜구두였고, 머리는 안 감은 듯 뻣뻣한 느낌. 이건 정확하지 않지만.

처음 그 애를 봤을 때부터 눈물이 나올뻔했고, 근데 콧물이 먼저 나와서...

데려다주고 오면서 눈물이 계속 나서 혼났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울면서 띄엄띄엄 얘기했다.

엄마 하는 말이, 좋은 일 했다며, 

사는 게 가지각색이라면서, 그래도 그 애 아빠가 집에 있다는 것이 신경쓰이는 듯이 말한다.

집만 봐서는 못 사는 것 같진 않은데, 여자애를 그렇게 대충 꾸며 학교를 보내다가는 왕따를 당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내가 집에 데려다주는 동안 여러 말을 잘 하긴 했는데... 걱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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